찹쌀로 만든 도넛에 시럽을 듬뿍 입힌 간식이라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개성주악은 찹쌀가루와 밀가루를 막걸리로 반죽해서 튀긴 뒤 조청 시럽에 재워두는 전통 한과입니다. 저는 어릴 적 어머니께서 제가 학교에서 상을 받아올 때마다 특별히 만들어주셨던 기억이 있는데, 그 달콤하고 쫀득한 식감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약과와 비슷해 보이지만 식감은 훨씬 더 바삭하고 도넛에 가까워서, 처음 드시는 분들은 그 차이에 놀라곤 합니다.

막걸리 반죽이 만드는 특별한 풍미
개성주악의 가장 큰 특징은 반죽에 막걸리를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막걸리란 쌀을 발효시켜 만든 전통주로, 반죽에 첨가하면 특유의 은은한 발효향과 함께 반죽의 질감을 부드럽게 만들어줍니다. 일반적으로 다른 주악류는 물이나 술을 사용하지만, 개성주악은 막걸리를 찹쌀가루 양의 10~20% 정도 넣어 반죽하는 것이 핵심입니다(출처: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제가 직접 만들어보니 막걸리를 약간 따뜻하게 데워서 넣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찹쌀가루 240g에 밀가루 60g을 섞고, 설탕 40g을 더한 뒤 따뜻한 막걸리 30g 정도를 조금씩 나눠 넣으면서 반죽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반죽의 수분 조절인데, 끈기(점성)가 너무 강하면 튀길 때 모양이 망가지고, 너무 건조하면 표면에 갈라짐이 생깁니다.
반죽 상태를 판단하는 기준은 손에 묻어나지 않으면서도 표면이 매끄러운 정도입니다. 찹쌀은 온도가 높아지면 점성이 급격히 증가하는 특성이 있어서, 뜨거운 물을 조금씩 추가할 때는 반죽이 약간 되다 싶을 정도로 맞춰야 합니다. 실제로 저는 처음 만들 때 물을 너무 많이 넣어서 반죽이 질어져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저온 튀김
개성주악을 성공적으로 만드는 두 번째 핵심은 튀김 온도 관리입니다. 유지 온도(oil temperature)란 튀김유의 온도를 의미하는데, 이를 정확히 조절하지 못하면 겉만 타고 속은 설익거나 모양이 찌그러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일반적인 튀김은 170~180도에서 시작하지만, 개성주악은 120~140도의 저온에서 시작해야 반죽 표면이 부서지지 않고 고운 모양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튀김 과정을 단계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단계: 25g씩 동그랗게 빚은 반죽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 도넛 모양으로 만듭니다
- 2단계: 120~140도 저온 기름에 반죽을 넣고 천천히 가열합니다
- 3단계: 반죽이 떠오르면 온도를 150~160도까지 올려 전체적으로 고운 갈색이 나도록 튀깁니다
- 4단계: 튀겨진 주악을 건져 기름기를 빼고 따뜻할 때 시럽에 담급니다
제 경험상 너무 뜨거운 기름에 넣으면 겉만 빠르게 익어서 속까지 제대로 익지 않았습니다. 온도계가 없다면 반죽 한 조각을 넣어봤을 때 천천히 떠오르는 정도가 적당한 저온입니다. 조선시대 궁중음식 기록을 보면 개성주악은 귀한 손님을 접대할 때 특별히 만들었다고 하는데(출처: 국립문화재연구원), 이렇게 정성스러운 온도 조절이 필요한 것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시럽 코팅- 완성도를 결정한다
마지막 단계는 시럽 코팅입니다. 여기서 조청(rice syrup)이란 쌀이나 곡물을 당화시켜 만든 전통 시럽으로, 설탕 시럽보다 점도가 높고 은은한 단맛이 특징입니다. 물 75g에 쌀 조청 300g, 다진 생강 5g을 넣고 센 불에서 끓이다가 거품이 오르면 약불로 줄여 5분간 더 끓입니다. 이때 생기는 단단한 거품을 제거해야 시럽 표면이 매끄럽게 마무리됩니다.
튀긴 주악이 따뜻할 때 시럽에 담가 골고루 묻힌 뒤, 체에 올려 4~5시간 동안 여분의 시럽을 빼내면서 남은 시럽들은 완전히 침투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솔직히 이 대기 시간이 가장 힘든데, 바로 먹고 싶은 마음을 참아야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럽이 충분히 스며들면 겉은 촉촉하면서도 속은 쫀득한 이중 식감이 완성됩니다.
장식은 대추나, 잣, 식용 금, 각종 씨앗류 등을 올려 마무리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호박씨 장식이 시각적으로나 식감으로나 훨씬 마음에 들었습니다. 약과와 비교하면 개성주악이 훨씬 바삭한 느낌이 강하고, 도넛처럼 부드러운 속살과 시럽의 달콤함이 조화를 이루는 점이 더 좋더라구요.
제가 어릴 적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시던 그 특별한 간식을 이제 제 손으로 재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막걸리 반죽, 저온 튀김, 시럽 코팅으로 세분해서 정리하니 누구나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전통 과자인 듯 합니다. 다음 명절이나 특별한 날, 시중 과자 대신 직접 만든 개성주악으로 소중한 사람들을 대접해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