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아스 쿠키를 처음 만들어보려는 분이라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가 있습니다. 아몬드 필링이 생각보다 빠르게 졸아들어서 정작 쿠키에 넣을 양이 애매하게 남는 것, 그리고 반죽을 다섯 가지 맛으로 나눠 구울 때 오븐 온도 편차가 생기는 것입니다. 저도 정확히 이 두 가지에서 실패할 뻔했는데, 결국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아몬드 필링
▷아몬드 필링은 버터, 설탕, 물엿, 슬라이스 아몬드 네 가지 재료를 졸여 줍니다. 25개 기준으로 버터 25g, 설탕 18g, 물엿 25g, 아몬드슬라이스 40g이고, 저는 이걸 5배합으로 늘려서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카라멜라이제이션(caramelization) 단계에서 얼마나 졸이느냐에 따라 최종 결과물의 양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카라멜라이제이션이란 설탕이 열을 받아 갈색으로 변하며 향과 점도가 생기는 화학 반응으로, 온도와 졸이는 시간에 따라 결과물의 되직함이 달라집니다. 저는 좀 많이 졸였는지 5배합으로 만들었는데도 각 맛당 25개는커녕 14~15개 분량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남은 반죽은 아몬드 필링 없이 그냥 버터링처럼 짜서 구웠는데, 부드러움만 있어서 이것도 또 맛있더라고요. 아몬드 특유의 고소함과 버터쿠키의 부드러움과의 만남은 새로운 발견이었습니다. 필링을 정확히 계산한 양만큼 쓰려면 불 조절과 졸임 시간을 좀 더 짧게 가져가는 것이 좋습니다.
▷되직해지기 시작하면 바로 불을 끄고 테프론 시트에 펼쳐서 식힌 후 4g씩 분할하여 뭉쳐둡니다. 물엿 대신 꿀을 써도 될지 고민하는 분들도 계실 텐데, 꿀은 보습력이 높아서 필링이 더 끈적이고 바삭하게 굳지 않습니다. 바삭한 아몬드 카라멜 식감을 원한다면 물엿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버터 온도가 반죽의 성패를 가릅니다
▷ 기본 베이스로 버터믹스를 만들어 줍니다.
버터500g를 부드럽게 풀어 슈가파우더275g, 소금5g을 먼저 섞어 줍니다. 다음에 계란흰자120g, 바닐라 익스트렉10g을 넣어가며 섞어줍니다. 버터 쿠키 반죽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버터 온도입니다. 적정 온도는 22~23℃로,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살짝 들어가는 말랑한 상태가 이상적입니다. 여기서 유화(emulsification)라는 개념이 핵심입니다. 유화란 원래 섞이지 않는 버터(지방)와 달걀 흰자(수분)를 안정적으로 결합시키는 과정인데, 버터 온도가 너무 높으면 지방이 풀려서 분리가 생기고 구웠을 때 쿠키가 심하게 퍼집니다. 반대로 너무 낮으면 반죽이 뻑뻑해서 짤주머니 짜기가 고역입니다. 제가 직접 여러 번 해봤는데, 온도 차이 3~4℃만 넘어가도 결과물이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이 레시피에서는 달걀 전란 대신 흰자만 사용합니다. 흰자만 넣으면 노른자의 지방 성분이 없기 때문에 구운 후 식감이 더 가볍고 바삭합니다. 맛도 버터의 풍미만 깔끔하게 남아서 어느 맛 반죽과도 잘 어울립니다.
▷5가지 맛 반죽 기본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의 버터믹스를 5등분하여 각각의 재료들을 추가하여 주거으로 자르듯이 섞어 36k깍지를 이용하여 짤주머니에 넣어줍니다.
- 바닐라: 버터믹스, 박력분 120g
- 커피: 버터믹스, 커피 에센스 2g (진하게 원하면 3g), 박력분120g
- 말차: 버터믹스, 박력분 110g + 말차가루 5g으로 대체
- 초코: 버터믹스, 박력분 100g + 코코아파우더 15g으로 대체
- 얼그레이: 버터믹스, 박력분 120g + 얼그레이 분말 2g 추가
오버 믹싱(over mixing)도 주의해야 합니다. 오버 믹싱이란 반죽을 필요 이상으로 섞어 글루텐이 과도하게 형성되는 것을 말하며, 이 경우 구웠을 때 쿠키가 퍼지거나 식감이 딱딱해집니다. 흰자를 넣고 나서는 가루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만 가볍게 섞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냉동 굳히기
▷준비해 둔 반죽은 마카롱 매트를 사용하여 일정한 크기(지름5.5cm)의 원형으로 따라 짠 후 20분정도 냉동휴지합니다.
반죽을 짠 뒤 바로 오븐에 넣으면 버터가 열을 받는 순간 퍼져버립니다. 반드시 냉동실에 20분 이상 넣어 반죽을 굳혀줘야 모양을 유지한 채 구울 수 있습니다. 단단해진 반죽은 매트에서 손으로도 쉽게 분리되고, 가운데 아몬드 필링을 넣을 때도 훨씬 다루기 편합니다. 원형의 링 안에 준비해 둔 아몬드 필링4g을 하나씩 넣어줍니다.
▷굽기 조건은 190℃ 예열 후 175℃에서 14분, 상하열선과 컨벡션 모드로 진행합니다. 컨벡션(convection)이란 오븐 내부의 팬이 돌아가며 열기를 강제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오븐 안 위아래 온도 편차를 줄여줍니다. 두 판을 동시에 구울 때 위쪽 판과 아래쪽 판의 결과물이 달라지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기능입니다.
버터 쿠키는 타공 매트에 구웠습니다. 타공 매트란 구멍이 뚫린 실리콘 매트로, 반죽 아랫면에 열이 고르게 전달되면서 바닥까지 바삭하게 구워집니다.
다섯 가지를 모두 맛본 저의 개인 순위는 바닐라, 커피, 얼그레이, 말차, 초코 순이더라구요~.
바닐라는 아몬드 카라멜의 고소한 단맛이 반죽의 담백함과 잘 어우러져 가장 질리지 않는 맛입니다. 선물로 드렸더니 하루 만에 전부 사라질 정도였습니다. 커피는 쌉쌀한 향이 카라멜의 단맛을 잡아줘서 밸런스가 좋은데, 은은한 편이라 진한 커피 맛을 원하면 에센스를 1g 더 추가하는 것을 권합니다. 얼그레이는 향긋함이 생각보다 강하게 살아있어서 홍차 좋아하시는 분들은 특히 마음에 들어 하셨습니다. 초코는 코코아파우더의 은은한 쓴맛과 아몬드 카라멜 조합이 안정적입니다. 말차는 색이 충분히 나도록 구워야 아몬드가 고소하게 익는데, 이 타이밍을 맞추기가 조금 까다로운 편입니다.
제과 업계에서는 버터 함량이 높은 쿠키일수록 보관 중 산패(산화)가 빠르게 진행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산패란 지방이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해 맛과 향이 변하는 현상으로, 밀봉 상태에서도 실온 2~3일, 냉동 2주 이내에 먹는 것이 가장 맛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선물용으로 포장할 때는 틴 케이스가 밀봉력도 좋고 고급스러운 인상을 주어, 틴케이스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처음 만드는 분이라면 한 가지 맛부터 시작하는 것을 권합니다. 버터 온도 22~23℃를 지키고, 냉동 굳히기 20분을 빠뜨리지 않으면 실패 확률이 크게 줄어듭니다. 필링 양이 예상보다 모자라도 당황하지 마세요. 저처럼 그냥 버터 쿠키로 구워 먹으면 그것대로 맛있습니다. 주변에 선물하면 칭찬 한 번쯤은 꼭 돌아오는 레시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