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디저트의 대표주자 몽블랑, 집에서 만들기 어렵다고 생각하시나요? 전문점에서나 맛볼 수 있을 것 같던 이 디저트를 제가 직접 만들어봤는데, 생각보다 과정은 단순했지만 팔 힘이 좀 필요했습니다. 머랭 쿠키, 마스카포네 크림, 밤 크림이라는 세 가지 요소만 제대로 준비하면 카페 못지않은 몽블랑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머랭 쿠키는 정말 하룻밤 구워야 할까요?
몽블랑의 베이스가 되는 머랭 쿠키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프렌치 머랭(French Meringue) 기법입니다. 여기서 프렌치 머랭이란 계란 흰자에 설탕을 넣어 휘핑하는 가장 기본적인 머랭 제조법을 의미하는데, 이탈리안 머랭처럼 시럽을 끓일 필요가 없어 초보자도 접근하기 쉽습니다(출처: 식품과학기술대사전).
흰자 50g에 설탕 100g을 두 번에 나눠 넣는데, 이때 설탕 양이 흰자의 정확히 두 배라는 점을 기억하세요. 처음 절반을 넣고 단단하게 휘핑한 뒤 나머지를 추가하면 윤기 나는 머랭이 완성됩니다. 1cm 원형 깍지로 테프론 시트 위에 4단을 쌓는다는 느낌으로 처음 짠것보다 조금 작게 그 위에 짜고 조금씩 작아지게 짜서 탑모양으로 곧게 세워 짭니다.탑 모양으로 짜서 80~90도에서 최소 5시간, 가능하면 밤새 구우면 됩니다.
솔직히 처음엔 '밤새 굽는다고?' 싶었는데, 실제로 저녁에 오븐에 넣고 다음 날 아침에 꺼내보니 비린 맛이 완전히 사라진 바삭한 머랭이 나왔습니다. 컨벡션 오븐이 없다면 데크 오븐에서 더 낮은 온도로 길게 구워도 좋고, 중요한 건 완전히 건조시키는 겁니다.
마스카포네 크림에 키르슈를 넣는 이유는?
마스카포네 크림은 생크림 150g에 마스카포네 치즈 80g, 설탕 20g, 바닐라빈 페이스트 6g, 키르슈 10g을 넣어 한 번에 단단하게 휘핑합니다. 여기서 키르슈(Kirsch)란 체리를 발효시켜 만든 독일식 증류주로, 디저트에 깊이감과 향을 더하는 용도로 자주 사용됩니다.
일반적으로 몽블랑에는 럼주나 브랜디를 넣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써보니 키르슈의 체리 향이 밤과 의외로 잘 어울렸습니다. 다만 키르슈나 화이트 럼은 주류이기 때문에 온라인 구매가 어렵고 직접 매장에 가서 구입해야 합니다. 술 특유의 향이 부담스럽다면 양을 5g 정도로 줄여도 무방합니다.
크림을 휘핑할 때는 오버 휘핑(over whipping)에 주의해야 하는데, 이는 크림을 너무 오래 휘저어 분리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단단하게 휘핑하되 끝 무렵에는 속도를 낮춰 질감을 확인하면서 마무리하세요. 완성된 크림은 바로 사용하거나 냉장 보관했다가 조립 직전에 꺼내면 됩니다.
밤 크림 체에 내리다가 손목 나갈 뻔했습니다
밤 크림은 밤 페이스트 200g, 밤 스프레드 210g, 꿀 25g, 물엿 15g, 키르슈 30g을 한 번에 휘핑기로 섞은 뒤 체에 걸러 사용합니다. 문제는 이 '체에 거르는' 과정이었습니다. 밤 스프레드의 농도가 상당히 되직해서 실리콘 주걱으로 눌러 내리는데 정말 손목이 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체에 고리가 달린 제품을 쓰면 그릇에 체를 고정시켜놓고 작업할 수 있어 훨씬 수월합니다. 고리 없는 일반 체를 쓰면 한 손으로 체를 잡고 다른 손으로 밀어내야 해서 체력 소모가 장난 아닙니다.
체에 거르는 이유는 234번 파이핑 팁(piping tip)의 미세한 구멍이 막히는 걸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여기서 파이핑 팁이란 짤주머니 끝에 끼워 크림을 원하는 모양으로 짜낼 수 있게 하는 금속 깍지를 의미하는데, 234번은 가는 홈이 여러 개 있어 몽블랑 특유의 가닥가닥한 질감을 만들어냅니다(출처: 제과제빵 재료 용어 사전). 밤 스프레드와 밤 페이스트의 비율을 조절해 농도를 맞추면 체에 거르기도 한결 쉬워집니다.
냉동 보관해도 머랭 식감이 살아있을까요?
몽블랑 조립은 접시 위에 크림을 짜서 머랭 쿠키를 올려 고정하고 마스카포네 크림을 짜서 형태를 잡습니다. 그 위에 234번 깍지를 끼운 짤주머니로 밤 크림을 돌려가며 파이핑하면 됩니다. 돌림판을 사용하면 균형 잡힌 모양을 만들기 훨씬 쉽습니다. 돌림판의 돌아가는 속도와 짤주머니의 크림나오는 속도를 잘 맞추어서 모양을 이뿌게 잡아보세요~ 저는 짤주머니의 크림양을 충분히 있도록 해서 멈추지 않고 모양을 만드는 것이 좀 힘이 들었습니다.^^;;;
완성 후 바로 먹어도 좋지만, 만들어놓고 냉동실에 보관해도 문제없었습니다. 머랭이 크림 안쪽에 있어서 바삭함이 유지되고, 오히려 먹을 때 크림과 잘 섞여 식감이 더 부드러웠습니다. 냉동 보관 시 개별 용기에 담아 밀봉하면 최대 2주까지 보관 가능합니다.
마지막 장식은 데코 스노우(슈가파우더), 밤, 금박 등을 활용하면 되는데, 솔직히 이 부분은 취향껏 하시면 됩니다. 저는 냉동 밤 한 알과 금박만 올렸는데도 카페 디저트처럼 보였습니다.
몽블랑 만들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지만 시간과 체력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특히 밤 크림 체에 거르는 과정과 머랭을 밤새 굽는 과정에서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완성된 몽블랑을 한 입 베어 물었을 때의 만족감은 그 노력을 충분히 보상합니다. 처음 시도하신다면 머랭은 전날 미리 구워두고, 조립 당일에는 크림만 준비하는 식으로 나눠서 작업하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