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케이크 만들기가 정말 쉬울까요? 저는 사실 치즈케이크를 무척 좋아하지만, 막상 직접 만들려고 하면 수조에 물 받고 중탕하고, 온도 조절하고…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팠습니다. 그런데 바스크 치즈케이크는 정말 달랐습니다. 재료 섞어서 구우면 끝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직접 만들어보니 다른 치즈케이크에 비해 압도적으로 간단하면서도, 윗면이 살짝 태워진 그 특유의 고소함과 부드러운 식감이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특징과 유래
바스크 치즈케이크는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산세바스티안에서 탄생한 디저트입니다. 일반적인 뉴욕 치즈케이크나 레어 치즈케이크와 달리, 높은 온도에서 구워 표면을 캐러멜라이징(caramelizing)시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여기서 캐러멜라이징이란 설탕과 단백질이 고온에서 반응하며 갈색으로 변하고 고소한 풍미가 생기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저는 처음 이 치즈케이크를 맛봤을 때 윗면의 진한 갈색 부분이 가장 맛있다고 느꼈는데, 바로 이 캐러멜라이징 때문이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전 세계 카페마다 바스크 치즈케이크가 메뉴에 올라 있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국내에서도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디저트 트렌드를 주도했고,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출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무엇보다 저를 놀라게 한 건 만들기가 정말 쉽다는 점이었습니다. 일반 치즈케이크처럼 바닥에 쿠키 크러스트를 깔 필요도 없고, 중탕으로 온도를 맞출 필요도 없습니다.
크림치즈 선택과 재료 준비
바스크 치즈케이크의 재료는 정말 간단합니다. 크림치즈 400g, 설탕 120g, 계란 3개, 생크림 200g, 중력분 20g, 소금 2g이 전부입니다. 여기서 중력분(all purpose flour)이란 단백질 함량이 중간 정도인 밀가루로, 박력분과 강력분의 중간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집에 중력분이 없어서 박력분으로 대체했는데도 전혀 문제없이 만들어졌습니다.
크림치즈는 반드시 실온 상태여야 합니다. 냉장고에서 꺼낸 지 최소 1시간은 지나야 하는데, 저는 급한 마음에 30분 만에 사용했다가 덩어리가 잘 풀리지 않아서 고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크림치즈의 지방 함량도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유지방 함량이 33% 이상인 제품을 사용해야 부드러운 식감이 제대로 살아납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생크림도 마찬가지로 유지방 함량 35% 이상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재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크림치즈 400g (실온 상태)
- 설탕 120g
- 계란 3개 (실온 상태 권장)
- 생크림 200g (유지방 35% 이상)
- 중력분 또는 박력분 20g
- 소금 2g
반죽 만들기
먼저 팬에 유산지를 깔아둡니다. 저는 15cm 원형 팬을 사용했는데, 유산지가 팬 밖으로 삐죽 튀어나오게 깔아야 나중에 케이크를 빼기가 쉽습니다. 실온 상태의 크림치즈 400g에 설탕 120g을 넣고 섞기 시작합니다. 휘핑기를 사용해도 되고 주걱으로 섞어도 되는데, 저는 그냥 주걱으로 힘껏 섞었습니다. 크림치즈와 설탕이 완전히 부드러워질 때까지 섞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으로 계란 3개를 하나씩 넣으면서 매번 잘 섞어줍니다. 계란을 한꺼번에 넣으면 반죽이 분리될 수 있으니 꼭 하나씩 넣어야 합니다. 생크림 200g과 소금 2g도 넣고 골고루 섞은 후, 마지막으로 중력분 20g을 체에 쳐서 넣습니다. 여기서 체질(sifting)이란 가루를 고운 망에 거르는 과정으로, 덩어리를 제거하고 공기를 포함시켜 반죽을 더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반죽이 완성되면 준비해둔 팬에 부어줍니다. 이때 기포를 빼주기 위해 팬을 조리대에 3번 정도 탕탕 내려칩니다. 제 경험상 이 과정을 생략하면 구웠을 때 표면에 구멍이 생기거나 울퉁불퉁해질 수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는데, 기포 제거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더군요.
오븐 온도 조절과 굽기
오븐을 200도로 예열합니다. 바스크 치즈케이크는 고온 베이킹(high-temperature baking)이 핵심입니다. 고온 베이킹이란 일반 치즈케이크보다 훨씬 높은 온도에서 짧은 시간 동안 구워 표면은 캐러멜라이징시키고 속은 크리미하게 유지하는 방법입니다. 예열이 끝나면 200도에서 20분, 그다음 180도로 낮춰서 30분 더 구워줍니다.
오븐마다 온도 편차가 크기 때문에 30분 이후부터는 계속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처음 만들 때 타이머만 믿고 자리를 비웠다가 윗면이 너무 타버려서 당황했던 적이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레시피에 나온 시간은 참고용일 뿐, 본인 오븐의 성질을 파악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윗면이 진한 갈색을 띠되 까맣게 타지 않을 정도가 적당합니다.
오븐에서 꺼내면 케이크가 약간 흔들거리는데 이건 정상입니다. 처음에는 많이 부풀어 있다가 식으면서 원래 반죽 높이만큼 가라앉습니다. 완전히 식힌 후 팬과 유산지를 조심스럽게 벗겨냅니다. 그리고 하루 정도 냉장고에 넣어두는 것이 가장 맛있습니다. 막 구웠을 때보다 하루 숙성시킨 후가 훨씬 부드럽고 풍미가 깊어집니다.
바스크 치즈케이크는 진한 윗부분이 특히 맛있습니다. 연한 아메리카노와 정말 찰떡궁합이죠. 온도 조절을 완벽하게 못 하더라도 왕창 태우지만 않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디저트입니다. 계란 비린내가 걱정된다면 바닐라 익스트랙(vanilla extract)을 조금 넣어주면 됩니다. 바닐라 익스트랙이란 바닐라 빈을 알코올에 우려낸 향료로, 계란 비린내를 잡아주고 달콤한 향을 더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바닐라 익스트랙 없이도 충분히 맛있다고 생각하지만, 더 고급스러운 맛을 원한다면 티스푼으로 반 스푼 정도 넣어보세요.
일반적으로 치즈케이크는 만들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지만, 바스크 치즈케이크만큼은 정말 예외입니다. 치즈케이크를 안 좋아하는 분들도 바스크 치즈케이크는 맛있게 드실 수 있을 정도로 부담 없는 맛입니다. 홈베이킹 초보자분들께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레시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