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굽는 데 이스트가 필요 없다는 말, 처음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르방 하나로 사워도우를 완성하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저녁에 반죽해 아침에 꺼내는 이 과정, 들어보면 복잡할 것 같지만 실제로 손이 가는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짧습니다.

르방 활성화, 타이밍이 전부입니다
르방(Levain)이란 밀가루와 물을 섞어 공기 중의 야생 효모와 유산균을 배양한 천연 발효종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시판 이스트 없이 빵을 부풀게 만드는 살아있는 발효 스타터입니다.
문제는 냉장고에서 꺼낸 르방을 바로 반죽에 쓸 수 없다는 점입니다.
저온에서 활동이 거의 멈춘 상태이기 때문에, 사용 전에 반드시 활성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냉장 보관된 르방 약 80g에 미지근한 물 80g과 강력분 75g을 넣고 잘 섞은 뒤 뚜껑을 덮어두면, 약 4시간 후에 부피가 두 배로 부풀어 오릅니다. 르방이 물에 뜨는지 확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활성화가 충분히 된 르방은 물속에 넣었을 때 가라앉지 않고 떠오릅니다. 제가 직접 해봤을 때 이 테스트가 꽤 직관적이어서 좋았습니다. 눈으로 확인하는 것만큼 확실한 기준이 없더군요.
르방 활성화에서 핵심적으로 챙겨야 할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르방은 냉장 보관 상태 그대로 바로 사용하지 않는다
- 미지근한 물(체온보다 약간 낮은 온도)을 사용해 효모를 깨운다
- 부피가 두 배로 부풀었는지, 그리고 물에 뜨는지를 기준으로 사용 시점을 판단한다
- 계절에 따라 활성화 시간이 달라지므로 여름엔 더 빠르게, 겨울엔 더 느리게 반응한다
야생 효모는 온도 변화에 민감하다는 점은 발효 과학 측면에서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효모 활성에 최적화된 온도는 일반적으로 24~27°C 내외이며, 이 범위를 벗어나면 발효 속도가 현저히 달라집니다(출처: 한국식품연구원).
발효 타이밍, 어디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반죽 과정에서 저를 가장 고민하게 만든 부분이 바로 1차 발효 시간이었습니다. 8시간에서 12시간이라는 범위가 너무 넓게 느껴졌고, 어느 시점에 멈춰야 하는지 처음에는 감이 없었습니다.
오토리즈(Autolyse)는 반죽을 섞은 뒤 별도의 치댐 없이 그대로 휴지시키는 과정입니다. 글루텐(Gluten), 즉 밀단백질이 물을 흡수하고 자연스럽게 결합하면서 반죽의 구조가 형성됩니다. 15분이라는 시간이 짧아 보여도,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반죽의 질감이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제가 처음 생략해봤을 때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분명했습니다.
그 다음이 스트레치 앤 폴드(Stretch & Fold)입니다. 여기서 스트레치 앤 폴드란 반죽을 잡아당겨 늘린 뒤 접어주는 동작을 반복하는 기법으로, 글루텐 망을 인위적으로 정렬시켜 반죽에 탄력과 구조를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치대는 것과 달리 반죽에 과도한 열이 가해지지 않아 발효 환경을 유지하는 데 유리합니다. 이 동작을 15분 간격으로 두 세트 진행하고 나면 반죽이 눈에 띄게 탱탱해집니다.
1차 발효는 실온에서 밤새 진행합니다. 여름에는 8시간, 겨울에는 12시간 내외가 기준입니다. 다음 날 아침, 반죽이 두 배 가까이 부풀어 있다면 성형 단계로 넘어갈 준비가 된 것입니다. 발효가 덜 됐거나 과발효된 반죽은 성형 후에도 볼륨이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오래 두면 더 좋을 거라 생각했는데, 과발효가 되면 오히려 반죽이 느슨해지고 탄력을 잃더군요.
르방의 부피가 2배가 되면 사워도우 반죽을 시작합니다.
물300g에 르방90~110g을 넣어서 풀어줍니다. 강력분이나 중력분을 1컵(115g)과 소금6g을 넣고 먼저 섞어줍니다. 소금이 잘 녹울수 있도록 저어준 뒤 밀가루2컵을 더 넣어서 반죽해 줍니다. 날가루가 보이지 않고 한 덩어리가 될 때까지 반죽후 마르지 않게 덮어주고 15분 휴지 합니다. 그런 다음 손에 물을 묻히고 4면을 폴딩합니다. 15분 휴지후 2차 폴딩합니다. 네면을 당겨 접어주고 반죽을 뒤집어 모양을 잡아줍니다. 마르지 않도록 덮어주고 8~12시간 1차 발효합니다.
1차 발효후 두배이상 부풀어 오른 반죽을 손에 물을 묻혀 그릇에서 떼어내어 가운데를 들어 올려 쭈~욱 늘려다가 놓으며 반으로 접어줍니다. 그릇방향을 돌려 다시 가운데를 들어올려 늘렸다가 접어줍니다. 두 번더 같은 방법으로 늘렸다가 접어 줍니다.
반죽을 조리대 위에 꺼내 한 번 내려친 후, 물을 묻힌 두 손으로 몸쪽으로 잡아당기며 겉은 안으로, 가운데는 볼록하게 올라오도록 모양을 잡습니다.
더치 오븐이 사워도우를 완성합니다
성형 이후 2차 발효1시간정도 합니다. 이 때, 발효 바구니(Banneton)를 활용합니다. 여기서 발효 바구니란 반죽이 부풀면서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도록 잡아주는 용기로, 내부에 밀가루를 꼼꼼히 뿌려 반죽이 달라붙지 않게 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바구니가 없다면 큰 볼에 유산지를 깔고 밀가루를 충분히 뿌려 대체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볼로도 충분히 모양이 잡혔습니다.
굽기 단계에서 더치 오븐(Dutch Oven)을 사용하는 이유를 처음에는 잘 몰랐습니다. 더치 오븐이란 두꺼운 주철 또는 에나멜 재질의 뚜껑 있는 냄비로, 내부에 수분을 가두어 사워도우 특유의 두꺼운 크러스트(껍질)와 오픈 크럼(내부 구멍 구조)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전문 제빵 오븐에는 스팀 분사 기능이 있는데, 가정에서 더치 오븐이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230°C에서 뚜껑을 닫고 25분, 이후 200°C에서 뚜껑을 열고 15분. 이 두 단계의 역할이 다릅니다. 전반부에는 수분을 가둬 반죽이 충분히 부풀도록 하고, 후반부에는 껍질을 바삭하게 건조시킵니다. 제 경험상 후반부를 1~2분 더 연장하면 크러스트 색이 더 깊어지고 풍미도 강해졌습니다.
완성된 빵은 반드시 한 시간 이상 식힌 뒤 잘라야 합니다. 내부 수분이 재분배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걸 참지 못하고 바로 잘랐을 때는 단면이 찐득하게 뭉개졌습니다. 기다리는 게 맞습니다. 식힌 뒤 잘라보면 큼지막한 기공(기포 구멍)들이 불규칙하게 펼쳐져 있고, 쫀득하고 구수한 풍미에 신맛과 누룽지 맛까지 겹쳐납니다. 사워도우 특유의 산미는 유산균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젖산과 초산에서 비롯된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습니다(출처: 한국식품과학회).
사워도우 한 덩어리를 완성하고 나면, 다음번엔 어디를 다르게 해볼지 생각하게 됩니다. 발효 시간을 한 시간 더 줘볼까, 크러스트를 더 두껍게 내볼까. 이 빵이 가르쳐주는 게 결국 관찰과 판단력입니다. 레시피는 출발점일 뿐이고, 나머지는 직접 손으로 익히는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 도전하신다면 르방 활성화부터 차근차근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한 번 성공하면 그다음부터는 훨씬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