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인 줄 알았습니다. 꼬지에 꽂혀 있고, 겉이 반짝반짝한 게 딱 그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쫀득한 젤리 코팅 아래 고소하고 꾸덕한 녹두반죽이 나오고, 그 속에서 생딸기가 터지는 순간 — 이건 완전히 다른 장르의 간식입니다. 태국 왕족이 즐겨 먹던 전통 간식 룩츕을, 저는 생딸기 버전으로 직접 만들어봤습니다.

솔직히 처음 룩츕을 봤을 때는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태국 여행 중 호텔 로비에 놓인 색색의 미니어처 과일 모양 간식들, 보기엔 너무 예뻤지만 그 선명한 색깔이 영 마음에 걸렸습니다. 인공색소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보니 눈으로만 구경하고 넘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룩츕(Luk Chup)은 태국어로 '작은 공'이라는 뜻을 가진 전통 궁중 간식입니다. 원래는 녹두반죽만을 빚어 과일이나 채소 모양으로 성형한 뒤 식용색소로 채색하고, 한천(寒天) 용액으로 코팅해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만듭니다. 여기서 한천이란 우뭇가사리를 주원료로 한 해조류 추출물로, 젤라틴과 달리 식물성 응고제이며 상온에서도 형태를 유지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덕분에 룩츕의 겉면이 그 특유의 투명하고 쫀득한 식감을 낼 수 있는 것입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 간식은 만드는 사람의 창의성이 꽤 크게 개입하는 음식이었습니다. 저는 인공색소 대신 동결건조 딸기가루를 활용해서 자연스러운 붉은빛을 냈고, 생딸기를 속에 넣어 과일 특유의 신선함을 살렸습니다. 인공적인 느낌이 강해 원래는 잘 먹지 않던 간식을 직접 손으로 만들다 보니, 이건 먹어도 되겠다 싶은 확신이 생겼습니다.
녹두반죽만들기
녹두 200g을 준비하고 물을 가득 부어 반나절에서 하룻동안 불려줍니다. 불린 녹두는 젖은 면보를 깐 찜기에 평평하게 펴서 올리고, 센 불로, 끓는 물에서 20~30분간 쪄줍니다. 잘 쪄진 녹두에 코코넛 밀크 300g, 설탕 300g, 소금 1작은술, 그리고 기호에 따라 바닐라 익스트랙 1작은술을 넣은 후, 믹서기나 핸드블렌더를 이용해 곱게 갈아줍니다. 이 녹두 반죽은 중간 불에서 주걱으로 계속 저어가며 눌어붙지 않게 끓여줍니다. 이 과정에서 녹두와 코코넛밀크를 끓이면 보글보글 기포가 터지면서 녹두 반죽이 튀어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하며, 더이상 끓지 않고 한 덩어리가 되어 반죽이 되직하고 표면이 매끄러워지면 완성된 것입니다.
모양만들기 색깔입히기
완성된 녹두 반죽을 식힐동안 생딸기를 깨끗이 씻어 차갑게 식힌 녹두반죽으로 생딸기를 감싸줍니다. 딸기가 보이지 않도록 감싸는데, 너무 두껍지 않아도 됩니다.
물에 동결건조 딸기가루를 넣은 물로 녹두반죽을 입혀놓은 딸기에 색을 얇게 발라줍니다. 그리고 말려가며 원하는 색이 나오도록 두 세번 반복하여 색을 입혀줍니다. 그리고 녹두반죽에 초록색 말차가루를 조금 넣어 초록녹두 반죽을 만들어서 딸기꼭지를 만들어 줍니다. 어느정도 물기가 마르면 반으로 잘라 이쑤시개에 꽂아둡니다.
한천 코팅과 완성
한천 코팅을 위해 한천가루 2큰술, 설탕 2큰술, 물 400ml를 중간 불에서 가루가 모두 녹고 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 준비합니다. 녹지 않은 한천 덩어리나 거품이 있다면 고운 체에 한번 걸러 한천물을 깨끗하게 만듭니다. 색을 입힌 딸기반죽 꼬지를 준비된 한천물에 빠르게 푹 담갔다 빼서 코팅합니다. 반죽을 너무 오래 담그면 색소가 녹아 흘러내릴 수 있으므로 신속하게 작업해야 합니다. 코팅된 반죽은 바람이 잘 통하는 서늘한 곳에서 20~30분간 잘 말려주면 꼬지에서 쉽게 분리됩니다.
전체적으로 설탕을 조금씩 조절하여 자기의 입에 맛는 당도를 조절하면 좋습니다. 그리고 한천코팅을 한 다음 이쑤시개를 스티로폼박스에 꽂아서 말려주면 좋습니다.
만들 때 꼭 챙겨야 할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녹두 수침은 최소 반나절 이상, 가능하면 하루 동안 충분히 불릴 것
- 찐 녹두는 반드시 한 김 식힌 뒤 믹서기에 넣을 것 (화상 및 넘침 방지)
- 반죽을 졸일 때 긴 소매 착용 필수, 주걱으로 쉬지 않고 저을 것
- 딸기꼭지는 말차가루를 섞은 녹두반죽으로 따로 만들어 붙일 것
- 한천 코팅 후에는 꼬지를 스티로폼에 꽂아 통풍이 잘 되는 서늘한 곳에서 20~30분 말릴 것
제 경험상 당도 조절이 이 간식의 완성도를 가장 크게 좌우합니다. 설탕 300g이라는 양이 처음엔 많아 보였지만, 한천 코팅까지 완성하고 나면 의외로 달지 않습니다. 그렇더라도 개인 취향에 따라 설탕을 20~30g씩 줄여가며 맞춰보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간식으로 만든다면 설탕을 절반 수준으로 줄여도 녹두 자체의 단맛이 충분히 살아납니다.
코코넛 밀크의 향이 부담스럽다면 바닐라 익스트랙 1작은술을 추가하면 코코넛 향이 한결 부드럽게 중화됩니다. 여기서 바닐라 익스트랙이란 바닐라 빈을 알코올에 우려낸 액상 향료로, 제과제빵에서 잡내를 잡거나 풍미를 더하는 데 사용됩니다. 민트향이나 재스민향을 활용하면 또 다른 방향으로 변주할 수도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동결건조 과일 분말은 가공 과정에서 영양소 손실을 최소화하고 색소 첨가 없이도 선명한 천연색을 구현할 수 있는 식품 소재입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이 점에서 인공색소 대신 동결건조 딸기가루를 활용한 방식은 색소 거부감이 있는 분들에게 충분히 현실적인 대안이 됩니다.
또한 농촌진흥청의 작물별 기능성 분석 자료에 의하면 녹두에는 플라보노이드 계열의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여름철 해열과 해독 작용으로 예부터 활용되어 왔습니다(출처: 농촌진흥청). 단순히 예쁜 간식이 아니라, 재료 자체에 기능성이 있다는 점도 이 간식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모양도 작고 아기자기한 데다 설탕 양까지 조절할 수 있으니, 아이들 칭찬 간식으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겉의 쫀득한 한천 코팅, 그 안의 꾸덕하고 고소한 녹두반죽, 그리고 속에서 터지는 생딸기의 조합은 코코넛맛 딸기 찹쌀떡에 가장 가까운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태국 호텔에서 눈으로만 봤던 그 간식이, 이제는 저의 최애 간식이 되었습니다. 한 번 만들어보시면 분명 같은 생각이 드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