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하드롤인 줄 알았습니다. 탱탱하게 부풀어 오른 모양새가 꽤 단단해 보였거든요. 그런데 직접 만들어서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예상 밖으로 속살이 촉촉하고 부드러워서 잠깐 멈칫했습니다. 겉은 얇고 바삭한 크러스트, 속은 촉촉한 크럼. 앙버터와 함께 먹으면 이게 진짜였습니다.

반죽법(찬 우유와 버터 온도)
저도 처음엔 재료 온도까지 신경 써야 하나 싶었습니다.
그냥 냉장고에서 꺼낸 우유 쓰면 되는 거 아닌가 하고요.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이게 생각보다 꽤 중요한 포인트였습니다.
가정용 반죽기는 반죽을 돌리는 과정에서 마찰열이 생겨 반죽 온도가 빠르게 올라갑니다.
반죽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글루텐 형성에 방해가 됩니다. 여기서 글루텐이란 밀가루 속 단백질이 수분과 결합해 형성되는 망상 구조로, 빵이 부풀고 쫄깃한 식감을 갖게 해주는 핵심 성분입니다.
그래서 우유는 15℃ 정도의 찬 상태로 준비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강력분 200g에 설탕 20g, 소금 2g을 먼저 섞고, 인스턴트 드라이이스트 2g과 찬 우유 110g, 달걀 25g을 넣어 1~2단에서 약 5분간 반죽합니다. 반죽이 한 덩이로 뭉쳐지고 볼 안쪽이 깨끗해지면 1차 믹싱은 된 겁니다.
이후 버터 18g을 넣는데, 이때 버터 온도도 17℃ 정도로 살짝 단단한 상태여야 합니다. 너무 차가우면 반죽에 잘 섞이지 않고, 너무 물렁하면 반죽이 질척거려 글루텐 형성이 더뎌집니다.
버터를 넣은 뒤 3단으로 올려 10분 정도 돌리고, 반죽을 손으로 늘려봤을 때 투명하게 얇게 펴진다면 글루텐이 충분히 잡힌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 단계를 확인하지 않고 넘어가면 나중에 성형할 때 반죽이 자꾸 찢어졌습니다.
반죽을 매끄럽게 둥글려 27℃에서 1시간 동안 1차 발효를 진행합니다. 여기서 1차 발효란 이스트가 반죽 속 당분을 먹으며 이산화탄소를 생성하는 과정으로, 반죽이 부풀고 풍미가 깊어지는 단계입니다. 발효가 잘 됐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반죽에 밀가루를 살짝 묻힌 손가락을 찔러봐서 구멍이 천천히 오므라들면 적당히 발효된 것입니다.
발효가 끝나면 반죽을 반죽대로 꺼내 손바닥으로 눌러 큰 기포를 터뜨려 줍니다.
이 과정이 빵의 볼륨감에 영향을 줍니다. 기포가 고르지 않으면 구웠을 때 내부에 큰 구멍이 생기거든요. 이후 약 61g씩 6등분해 각 반죽을 다시 둥글립니다.
둥글리기가 끝난 반죽은 반드시 휴지(벤치 타임)를 거칩니다. 여기서 휴지란 분할과 둥글리기로 긴장된 글루텐을 이완시켜 반죽을 다시 부드럽게 만드는 시간입니다. 상온에서 15~20분이면 충분하고, 실내 온도가 높다면 15분으로 줄여야 반죽이 지나치게 풀어지지 않습니다. 제가 처음에 이 단계를 대충 10분에 끊었다가 성형할 때 반죽이 잘 안 펴졌던 기억이 납니다.
성형과 2차 발효, 만두 모양이 포인트입니다
휴지가 끝난 반죽은 타원형으로 살짝 가스를 빼면서 밀어 폭 5~6cm, 길이 12cm 정도로 만듭니다. 이때 폭을 좁게 밀어야 나중에 구웠을 때 볼륨이 살아납니다. 반죽을 옆으로 넓게 밀면 구우면서 납작하게 퍼지기 쉽습니다.
성형 순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반죽을 타원형으로 밀어 폭 5~6cm, 길이 12cm로 만든다
- 윗부분을 중앙으로 접고, 아랫부분을 중앙에 살짝 겹쳐 눌러 붙인다
- 절반으로 다시 접어 맞닿는 부분을 힘있게 눌러 붙인다
- 양 끝을 눌러 뾰족한 부분은 안쪽으로 올려 붙여 만두 모양을 완성한다
- 이음매가 아래로 가게 놓고 바닥에 굴려 마무리한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반죽을 너무 타이트하게 말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구워지면서 반죽이 팽창할 공간이 없어지면 옆구리가 터질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처음에 힘을 너무 줬다가 한두 개가 옆으로 터진 적이 있어서, 이후엔 의식적으로 힘을 조금 빼고 성형했습니다.
성형이 끝난 반죽은 팬에 올리고 젖은 천이나 비닐로 덮어 27℃에서 40분간 2차 발효합니다.
2차 발효는 성형으로 눌린 반죽을 다시 부풀려 최종 볼륨을 만드는 단계입니다.
발효가 끝나면 강력분을 솔솔 뿌리고 칼집을 세 번 내줍니다.
칼집을 내는 이유는 오븐 팽창, 즉 오븐 스프링 시 반죽이 균일하게 터지도록 유도하기 위함입니다.
굽기 방식
굽는 방법은 오븐 종류에 따라 조금 다릅니다.
컨벡션 오븐을 사용한다면 베이킹 스톤을 함께 넣고 210℃로 30분 예열한 뒤 반죽 팬을 올립니다.
그런 다음 오븐을 끄고 내부 온도가 180℃까지 내려갈 때까지 기다립니다. 약 4분 정도 걸립니다. 180℃가 되면 다시 오븐을 켜 160℃로 맞추고 8분 더 굽습니다.
처음 고온의 잔열로 오븐 스프링을 최대로 유도하고, 이후 낮은 온도로 천천히 굽는 방식입니다. 오븐 스프링이란 오븐에 반죽을 넣었을 때 열에 의해 이산화탄소가 팽창하며 반죽이 급격히 부풀어 오르는 현상입니다.
열선 오븐이라면 180℃로 20분 이상 충분히 예열한 뒤 팬을 넣고 15~18분 굽습니다. 저는 열선 오븐으로 구웠는데, 컨벡션보다 볼륨은 조금 덜하지만 모양이 단정하게 나왔습니다. 맛 차이는 거의 없었습니다.
빵이 완성되면 충분히 식힌 다음 팥앙금과 버터를 준비해 앙버터로 만들어 보시길 권합니다. 빵 문화 연구자들이 소프트 롤빵을 앙버터 베이스로 꼽는 이유가 있습니다. 얇은 크러스트가 팥앙금의 수분을 바로 흡수하지 않아 식감이 오래 유지되기 때문입니다(출처: 한국식품연구원). 또한 밀가루 가공식품의 글루텐 형성과 제빵 품질의 상관관계는 국내 연구를 통해서도 지속적으로 검토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식품과학회).
이 소프트 롤빵, 사진만 보면 하드롤로 오해하기 딱 좋은 모양새지만 먹는 순간 완전히 다른 빵입니다.
담백하면서 씹을수록 버터와 우유 향이 올라오고, 앙버터와 함께하면 그 맛이 배가 됩니다.
처음 도전이라면 반죽 온도와 휴지 시간만 잘 지켜도 충분히 잘 나옵니다.
한번 구워보시면 왜 자꾸 손이 가는지 바로 알게 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