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온 파비앙(유튜버)는 사극 촬영장에서 처음 약과를 먹어봤다고 합니다. 감독님이 소품으로 나온 약과를 먹어도 된다고 하셔서 하나 집어 들었는데, 그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에 그만 여섯 개를 연달아 먹어버렸을 만큼 외국인의 입맛에도 딱인 약과입니다. 예전부터도 약과는 제게 특별한 간식이

었습니다. 요즘 약과가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약케팅까지 등장했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서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전통적인 개성약과는 집에서 만들기 어렵다고 해서, 실패 없이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찾아 도전했습니다.
집청 만들기와 반죽 비법
약과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집청입니다. 집청이란 약과를 담가 단맛과 향을 배게 하는 시럽으로, 물에 조청과 꿀을 넣고 계피가루와 생강을 더해 끓인 것입니다. 저는 냄비에 물 180ml, 조청 600g, 꿀 100g을 넣고 잘 섞이도록 끓였습니다. 가장자리가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계피가루 4g과 편 썬 생강 50g을 넣습니다. 생강은 향은 내되 쓴맛이 남지 않도록 나중에 체로 건져내야 합니다(출처: 농촌진흥청).
반죽은 글루텐 생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글루텐은 밀가루 반죽을 치대거나 저을 때 생기는 단백질 조직으로, 약과처럼 바삭한 식감이 필요한 과자에서는 오히려 질겨지는 원인이 됩니다. 저는 중력분 300g과 찹쌀가루 120g, 계피가루 5g을 체에 내려 섞은 뒤, 식용유 70g과 참기름 10g을 부어 일자로 갈라주듯 섞었습니다. 참기름만 쓰면 호불호가 갈린다고 해서 식용유와 섞었는데, 이렇게 하니 참기름 향은 살리되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기름과 가루가 어느 정도 섞이면 손으로 비벼가며 반죽합니다. 이 과정을 꼼꼼히 해야 나중에 반죽을 밀고 자를 때 핸들링이 쉬워집니다. 물 115g, 조청 50g, 꿀 110g, 달걀노른자 2개를 섞어 반죽에 넣고 일자로 저어줍니다. 글루텐이 생기지 않도록 휘젓지 말고 갈라주듯 섞는 게 중요합니다. 반죽을 지퍼백에 넣어 30분간 휴지시킨 뒤 밀대로 밀고 접기를 3번 반복하면 약과 특유의 결이 생깁니다. 여기서 '결'이란 반죽을 접고 밀면서 생기는 층을 말하며, 이 층이 튀긴 후 약과의 바삭한 식감을 만들어줍니다.
튀김 온도 조절
약과는 오얏꽃 모양으로 만듭니다. 오얏꽃은 대한제국 시절 덕수궁 건물에 새겨진 꽃 문양으로, 전통적으로 약과에 이 모양을 사용해왔습니다. 반죽을 밀어 두께를 맞춘 뒤 꽃 모양 틀로 찍어내면 되는데, 반죽이 흐물거리면 냉장고에 30분, 냉동고에 10분 정도 넣어두면 단단해져서 모양 내기가 훨씬 쉽습니다. 저는 반죽을 냉동고에 잠깐 넣었다가 꺼냈더니 틀에서 깔끔하게 분리되더군요.
약과 튀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 조절입니다. 기름 온도를 100도 정도로 낮게 유지하며 서서히 익혀야 속까지 골고루 익습니다. 처음에는 반죽이 가라앉아 있다가 8분에서 10분쯤 지나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이때가 안까지 익어가는 신호입니다. 약과가 떠오르면 뒤집어가며 골고루 익히다가 마지막에 불을 센 불로 올려 150도까지 온도를 높입니다. 이 과정에서 약과 표면에 갈색 빛깔이 나며 고소한 향이 퍼집니다. 튀김 온도 조절이 어려우면 온도계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튀긴 약과는 체에 밭쳐 기름을 뺀 뒤 미지근한 집청에 담급니다. 이때 약과와 집청 모두 뜨거우면 집청이 빨리 흡수되지 않고 표면에만 묻어 끈적거립니다. 약과를 집청에 담가 하루 정도 재워두면 안까지 집청이 스며들어 촉촉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이 됩니다. 저는 처음 만들었을 때 참을성 없이 바로 꺼내 먹어봤는데, 집청이 속까지 배지 않아 겉만 달고 안은 밋밋했습니다. 하루 재워둔 약과는 집청이 골고루 배어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달콤함과 계피 향이 입안에 퍼졌습니다.
집청에서 꺼낸 약과는 2~3시간 정도 말려 표면을 건조시킵니다. 이렇게 하면 손에 묻지 않고 먹기 편합니다. 약과의 주요 재료와 단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집청: 물, 조청, 꿀, 계피가루, 생강을 끓여 체에 거른다
- 반죽: 중력분, 찹쌀가루에 기름과 달걀노른자를 넣어 글루텐이 생기지 않게 섞는다
- 성형: 반죽을 밀고 접어 결을 만든 뒤 오얏꽃 모양으로 찍는다
- 튀김: 100도 저온에서 8~10분, 마지막에 150도로 올려 색을 낸다
- 숙성: 집청에 하루 담가둔 뒤 2~3시간 말린다
전통적으로 약과는 추석이나 설날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이었습니다. 조청과 꿀, 참기름 같은 귀한 재료가 들어가 건강에 좋다 하여 약이 되는 과자, 즉 약과라 불렀습니다. 요즘은 아이스크림이나 치즈케이크와 곁들여 먹는 디저트로도 인기입니다. 저는 약과를 냉장고에 보관해두고 수정과와 함께 먹는데, 차가운 수정과의 계피 향과 약과의 달콤함이 환상의 궁합입니다.
직접 만든 약과는 시판 제품보다 기름지고 칼로리가 높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만들면 재료를 직접 선택할 수 있고, 무엇보다 첨가물 걱정 없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습니다. 저는 다음에는 오븐에 구워서 만드는 방법도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튀기지 않고 구우면 칼로리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약과 한두 개에 따뜻한 차 한 잔이면 오후 간식으로 충분합니다. 명절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집에서 약과를 만들어 가족과 나눠 먹는 즐거움을 누려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