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빵으로 샌드위치 만들어 먹기가 싫었습니다. 그래서 담백한 치아바타를 떠올렸죠. 베이커리에서 사먹었던 그 치아바타를~
여기저기 기웃기웃하며 레시피들을 보고 따라해가며 정착한 레시피 소개드려볼께요~
주변에서 "베이커리에서 사온 것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 레시피로 정착하려고 맘 먹었습니다.
치아바타 특유의 얇고 바삭한 껍질, 그리고 스펀지처럼 쫀득한 속살까지. 오늘은 그 과정을 전부 풀어보겠습니다.

풀리쉬, 왜 굳이 써야 할까요
치아바타를 처음 만들어본 분들이라면 "그냥 반죽 바로 해도 되지 않나요?"라는 생각,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저도 초반에는 풀리쉬 없이 만드는 방법을 먼저 연구했습니다. 일반 가정에서 더 간단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두 가지를 비교해보니 차이가 너무 컸습니다.
풀리쉬(Poolish)란 밀가루와 물을 동량으로 섞고 극소량의 이스트를 넣어 장시간 저온 또는 실온 발효시키는 사전 반죽입니다.
쉽게 말해, 본 반죽에 앞서 미리 발효를 진행시켜 빵의 풍미를 끌어올리는 일종의 '맛의 씨앗' 역할을 합니다.
풀리쉬를 사용하면 유기산과 에스테르 화합물이 생성되는데, 이것이 빵 특유의 고소하고 살짝 시큼한 향을 만들어냅니다.
풀리쉬 없이 만든 치아바타도 볼륨이나 구조는 충분히 잘 나옵니다.
하지만 한 입 먹었을 때 느껴지는 감칠맛의 깊이가 확연히 다르더라구요.
그 차이를 경험한 이후로는 풀리쉬를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풀리쉬는 인스턴트 드라이 이스트 극소량(밀가루 160g 기준 약 0.26g)만으로 실온에서 약 11시간 발효시키면 됩니다.
전날 밤에 만들어두면 다음날 아침 바로 쓸 수 있어서 생각보다 번거롭지 않습니다.
뚜껑이 있는 사각통에 찬기가 있는 물을 160ml 넣고, 인스턴트 드라이이스트 약 3꼬집을 물위에 흩뿌려 주고, 강력분도 넣어 줍니다. 그리고 뭉치는 곳 없이 골고루 섞어준 뒤, 주걱에 묻은 것도 떼어주고, 뚜껑닫아서 실온에 보관하면 됩니다.
잘 발효된 풀리쉬를 확인은 시간보다는 상태를 보고 체크합니다.
- 부피가 원래의 약 3배로 부풀어 있다
- 표면에 크고 작은 기포가 자글자글하게 보인다
- 버터리한 견과류 향과 살짝 시큼한 발효 냄새가 난다
- 가장자리가 살짝 쳐지고 가운데가 약간 가라앉은 상태(피크를 살짝 지난 시점)가 가장 이상적이다
빵 맛에서 풍미가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대부분 풀리쉬 발효 상태를 먼저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발효가 덜 된 풀리쉬를 쓰면 빵이 완전히 실패하지는 않더라도, 그 특유의 고소함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느낌이었습니다.
오토리즈와 폴딩, 이 두 가지가 결정합니다
다음날 풀리쉬가 준비되면, 본격적인 믹싱 시작합니다.
살짝 찬기가 느껴지는 물130~160ml을 풀리쉬에 부어준 후, 강력분240g을 넣어주고 뭉치는 부분이 없도록 으
깨듯 섞어 줍니다. 드라이이스트 2g을 반죽표면에 흩뿌려 줍니다. 이상태로 뚜껑을 덮고 20~40분간 쉬어줍니다. 이것을 오토리즈라 합니다.
이 오토리즈 시간동안 밀가루가 수분을 충분히 흡수하면서 글루텐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반죽의 신장성이 좋아집니다.
저는 오토리즈를 최소 40분에서 1시간까지 충분히 진행했을 때 풍미 차이가 꽤 크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오토리즈를 끝낸후 손에 물을 묻혀 이스트가 묻어있는 표면이 안쪽으로 가도록 반죽을 뒤집어 줍니다.
소금8g을 흩뿌리고 몇 번 짜내듯 꼭꼭 쥐어주며 소금의 까끌거림이 사라지면 꿀15g을 넣어줍니다. 꿀은 선택사항입니다. 그리고 다시 짜내듯 주물러 주면 소금이 거의 다 녹고 꿀도 흡수가 됩니다. 그런 다음 올리브오일15g을 넣고 한번 더 짜내듯 섞어줍니다. 오일의 미끈거림이 없어지면, 한 덩어리로 뭉쳐줍니다. 이후에 넣고 싶은 필링들을 넣어주면 되는데, 저는 블랙올리브랑 체다치즈를 조각내어 섞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오일을 넣어서 반죽 표면을 코팅해주면 이 후의 폴딩작업을 수월히 할 수 있습니다.
반죽 덩어리를 평평하게 만들어 1차 발효에 들어갑니다.
치아바타는 치대지 않는 빵입니다.
이 말이 낯선 분도 계실 텐데, 일반적인 빵은 반죽을 오래 치대어 글루텐 망을 형성합니다.
그런데 치아바타는 오토리즈(Autolyse)와 폴딩(Folding)으로 그 구조를 대신 만들어냅니다.
폴딩(Folding)이란 반죽을 사방에서 접어 올리는 동작으로, 치대기 대신 글루텐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방법입니다.
손에 물을 적신 후 반죽을 폴딩합니다. 사각통의 한 면씩 늘여서 3분의1위치로 접어줍니다. 반대편 쪽도 늘여서 끝까지 덮어줍니다. 나머지 쪽도 마찬가지로 접어주면 폴딩 끝입니다.
치아바타처럼 수분 함량이 높은 고수분 반죽(Hydration 약 70~75%)에서는 치대기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폴딩이 필수입니다. 고수분 반죽이란 밀가루 대비 물의 비율이 70% 이상인 반죽을 뜻하며, 이 덕분에 치아바타 특유의 크고 불규칙한 기공이 생깁니다.
발효와 폴딩 순서는 다음과 같이 진행합니다.
- 1차 발효 60분
- 1차 폴딩
- 2차 발효 40분
- 2차 폴딩
- 3차 발효 40분 후 성형
제가 경험상 느낀 것은, 폴딩을 할 때 최대한 반듯하고 균일하게 접을수록 최종 성형 단계에서 모양이 훨씬 예쁘게 나온다는 점입니다. 대충 접으면 나중에 직사각형으로 펴기가 훨씬 어려워졌습니다. 폴딩 전에 손을 충분히 적시는 것도 끈적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제빵 연구에 따르면, 장시간 저온 발효와 폴딩을 결합한 방식은 반죽의 글루텐 구조를 더 고르게 발달시키며 기공 분포도 균일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한국식품연구원). 이는 치아바타처럼 고수분 반죽에서 특히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성형과 굽기
성형과 굽기 단계에서 실패하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특히 고수분 반죽은 손에 많이 달라붙어서 다루기가 쉽지 않은데, 작업대와 반죽 표면 모두에 덧가루를 충분히 뿌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저는 처음 몇 번은 이 부분에서 반죽을 너무 질질 끌다가 기공 구조를 망친 적이 있었습니다.
성형할 때는 두께를 약 2~2.5cm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손이나 스크래퍼를 이용하여 모양을 다듬어 반듯한 직사각형이 되도록 합니다. 저는 펼쳐보니 20cm×36cm정도의 직사각형이 되었습니다. 톡톡 가볍게 두드려, 가능한한 균등한 두께가 되도록합니다. 절대 반죽을 짓누르면 안됩니다.
스크래퍼로 4등분한 뒤 자르자 마자 스크래러를 이용하여 서로 달라붙지 않도록 떨어뜨려 줍니다. 밀가루 묻은 손으로 살며시 들어 올려 식힘망에 깔아둔 유산지 위에 올립니다. 이때 밀가루를 최대한 털어내야 구운 후 밀가루 맛이 덜 납니다.그리고 원하는 모양으로 다듬어 주면 좋습니다.
분무기로 물을 5~6회정도 뿌려준뒤 5~10분 정도 최종발효합니다. 손가락으로 꾹 눌렀을 때 눌린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다면 오븐에 넣을 준비가 된 것입니다.
물을 다시 4회 정도 분무해주고 식힘망을 들어 예열된 철판위에 반죽을 옮겨넣어 주고 다시 물을 4회 정도 스프레이합니다.
오븐 내 수분은 빵 껍질이 너무 빨리 굳는 것을 막아주어 오븐 스프링(Oven Spring), 즉 오븐 안에서 반죽이 급격히 팽창하는 현상을 최대화해줍니다.
오븐은 최고온도로 충분히 예열하되, 반죽을 넣기 전 철판도 함께 예열해두어야 밑면이 고르게 익습니다.
온도를 220℃로 낮추고 14~18분, 골든 브라운 색이 날 때까지 굽습니다. 다 구워진 치아바타는 바로 식힘망으로 옮기고 종이호일을 제거해 겉이 눅눅해지는 걸 막아야 합니다.
결국 치아바타는 '얼마나 기다릴 수 있느냐'의 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풀리쉬 11시간, 오토리즈 40분, 1차 발효 140분. 느리게 가는 모든 과정이 그 한 입의 맛을 만들어냅니다.
처음 도전하신다면 먼저 플레인 치아바타로 감을 잡고, 다음 번에 올리브와 치즈를 넣어보시길 권합니다.
제가 직접 수십 번을 구우면서 확인한 것은 하나입니다.
풀리쉬와 오토리즈, 이 두 단계만 제대로 지키면 집에서도 충분히 베이커리 수준의 치아바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