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 처음 떡 케이크를 받았을 때, 설기가 이렇게 촉촉하고 부드러울 수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그냥 흔히 아는 백설기와는 전혀 다른 식감이었거든요. 그때부터 제가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러 종류를 시도해본 결과 크림치즈 설기가 제 입맛에 가장 잘 맞았습니다. 설기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지만, 떡케이크의 기본 베이스로 활용하면 특별한 날을 더욱 화사하게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크림치즈 설기, 실패 없이 촉촉하게 찌는 법
크림치즈 설기는 일반 설기와 달리 물 대신 크림치즈로 수분을 조절하는 방식입니다. 습식 멥쌀가루(습식분)란 쌀을 물에 불린 후 갈아서 탈수한 가루로, 수분이 약간 남아 있어 설기를 찔 때 훨씬 부드러운 식감을 만들어줍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습식 멥쌀가루 450g을 준비한 뒤, 양손으로 골고루 비벼 고유 수분을 고르게 분산시켜줍니다.
여기에 크림치즈 80g을 넣고 다시 양손으로 비벼서 쌀가루와 잘 섞이도록 합니다. 수분이 부족하다 싶으면 물을 조금씩 추가하되, 적정 수분 상태는 주먹으로 쌀가루를 쥐었을 때 모양이 유지되고 3회 정도 던졌을 때 부서지는 정도입니다. 이 과정이 설기의 성패를 좌우하는데, 너무 건조하면 푸석하고 너무 습하면 질척거리기 때문에 몇 번 직접 만져보며 감을 익혀야 합니다.
중간체로 1회, 그리고 다시 한 번 총 2회 이상 체를 쳐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체치기(sifting)란 쌀가루를 체에 내려 고운 입자만 걸러내고 크림치즈와 쌀가루를 고루 섞이게 하는 필수 과정입니다. 체 뒷면에 남은 쌀가루까지 싹싹 긁어 넣고, 걸러지지 않은 거친 입자는 버려줍니다. 이렇게 하면 포슬포슬하면서도 촉촉한 크림치즈 쌀가루가 완성됩니다.
설탕 45g을 넣을 때는 재빨리 섞어야 합니다. 설탕은 쌀가루를 엉기게 하는 성질이 있어서 천천히 섞으면 덩어리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대나무 찜기에 면보를 깔고 실리콘 매트를 올린 후 무스링을 위치시킵니다. 준비된 쌀가루 절반을 무스링 안에 채울 때, 가장자리부터 솔솔 채워 넣는 게 핵심입니다. 제가 처음 만들 때 이 부분을 대충 했다가 쪄낸 후 모양이 흐트러지는 걸 경험했습니다.
가장자리를 꼼꼼히 메운 뒤 스크래퍼로 평평하게 정리하고, 치즈무스를 가장자리를 제외한 부분에 넣습니다. 그 위에 남은 쌀가루를 솔솔 뿌리듯이 채워주되, 절대 꾹 누르지 않습니다. 윗부분에 금이 가는 경우가 많은데, 저도 초반에 이런 실수를 여러 번 했습니다. 신속하게 빈틈없이 채우되 가볍게 올려놓는다는 느낌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물이 끓으면 찜기를 올려 20분간 찐 후, 그대로 5분간 뜸을 들입니다. 증기로 찌는 방식(steaming)은 오븐에 굽는 것과 달리 수분을 유지하며 익혀주기 때문에 설기 특유의 촉촉한 식감을 만들어줍니다. 한 김 식힌 뒤 떡판을 이용해 180도 돌려 찜기, 면보, 실리콘 매트를 제거하면 크림치즈 설기가 완성됩니다.
앙금 아이싱
설기가 완성되면 이제 앙금 아이싱을 시작합니다. 앙금 아이싱(bean paste icing)이란 백앙금이나 춘설앙금을 설기 표면에 발라 매끄럽게 마무리하는 기법으로, 생크림 케이크의 아이싱과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저는 처음 앙금 아이싱을 시도했을 때 스크래퍼를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몰라서 표면이 울퉁불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준비물은 897번 팁(팁의 모양이 있는 부분을 안쪽으로 향하게 사용), 얇은 스텐 스크래퍼, 스크래퍼가 완전히 담길 볼과 따뜻한 물, 18인치 짤주머니와 앙금입니다. 저당 백옥 앙금은 물이나 우유를 섞지 않고 바로 사용할 수 있으며, 일반 백옥 앙금은 3% 정도 물이나 우유를 섞어줍니다. 백옥 앙금에 들어 있는 물엿 성분이 아이싱을 쉽고 매끄럽게 만들어주고, 수분을 잡아주어 표면 크랙이 늦게 생기게 합니다(출처: 한국식품연구원).
앙금을 짤주머니에 넣고 천천히, 그리고 두껍게 파이핑합니다. 아이싱 두께가 3mm 정도 되도록 균일하게 파이핑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회전판을 천천히 돌리며 빈틈없이 바닥에서부터 세 줄 정도 올라가고, 윗부분은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똑같이 두껍게 파이핑해줍니다. 제 경험상 이 단계에서 두께를 균일하게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한데, 중간에 끊어지거나 주름이 생겨도 괜찮으니 일정한 두께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면 됩니다.
파이핑이 끝나면 스텐 스크래퍼를 물에 묻혀서 정리합니다. 윗면부터 시작하는데, 스크래퍼를 윗면 기준 45도 각도로 세운 뒤 천천히 회전판을 돌려줍니다. 스크래퍼를 사용할 때마다 반대면을 쓰거나 앙금을 깨끗이 닦아내고 다시 물을 묻혀야 합니다. 측면을 정리할 때도 케이크와 스크래퍼 사이 각도를 45도로 유지하며 오른손은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왼손으로 돌림판을 돌리면서 정리합니다.
한 번 정리 후 스크래퍼 자국이 남는 부분은 다시 한 번 더 빠른 속도로 돌려서 깨끗하게 만들어줍니다. 마지막에는 45도보다 각도를 90도에 가깝게 벌려주고 빠르게 움직이면 매끄러운 아이싱이 완성됩니다. 스크래퍼를 깨끗이 하고 바닥에서 45도 각도로 세워 바닥 부분을 긁어주면 케이크 판까지 깨끗하게 정리됩니다.
플라워 장식
앙금 아이싱이 완성되면 마지막으로 앙금 플라워로 장식합니다. 저는 화사한 핑크 계열의 케이크를 선호하지만, 가을 분위기가 나는 커피설기에 자주 계열 꽃을 올린 케이크도 좋아합니다. 다음과 같은 꽃들을 주로 사용합니다.
- 장미, 작약, 카네이션,스카비오사 같은 큰 꽃을 중심으로 배치
- 부바르디아, 안개꽃 등 작은 꽃으로 빈 공간 채우기
- 줄기와 잎으로 자연스러운 흐름 만들기
- 아라잔(설탕 장식)으로 포인트 주기
일반적으로 떡케이크에 토퍼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제 생각에는 앙금 플라워 케이크는 충분히 화려해서 굳이 토퍼를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앙금으로 직접 메시지를 적을 수도 있어서 더 특별합니다. 작은 컵케이크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데, 설기를 작게 잘라서 만들거나 머핀컵에 설기를 쪄서 그 위에 앙금꽃 장식을 해도 예쁩니다.
크림치즈 설기 떡케이크는 생일, 돌잔치, 기념일 등 특별한 날에 정성을 담아 선물하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