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행사에서 받은 작은 간식 세트 안에 바움쿠헨이 들어 있었습니다. 돌돌 말린 나이테 모양을 보니 문득 '이걸 집에서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반적으로 바움쿠헨은 대형 회전 오븐이 필요한 고난도 케이크로 알려져 있지만, 아이들이 예전에 '꿈빛 파티시엘'이라는 애니매이션에서 봤다고 하며, 프라이팬으로 돌돌 말아가며 굽던 장면을 이야기 해서 검색해보니, 이 방법은 전통적은 방법은 아니지만, 오히려 오븐보다 시간도 덜 걸리고 전문 장비도 없어도 만들수 있었습니다.

노오븐으로 만드는 바움쿠헨, 정말 가능할까
바움쿠헨(Baumkuchen)은 독일어로 '나무 케이크'를 뜻하는 전통 과자입니다. 여기서 '바움'은 나무, '쿠헨'은 케이크를 의미하는데, 단면을 보면 나무의 나이테처럼 층층이 쌓인 모양이 특징입니다. 전통적으로는 긴 막대를 회전시키면서 반죽을 얇게 발라 굽는 방식인데, 이를 위해 전용 오븐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프라이팬으로 만들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간단했습니다. 핵심은 반죽의 농도(viscosity) 조절과 약불에서 충분히 익히는 것입니다. 여기서 농도란 반죽이 얼마나 흐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쉽게 말해 반죽이 숟가락에서 떨어지는 속도를 의미합니다.
저는 20cm x 23cm 크기의 사각 프라이팬을 사용했는데, 이 정도 크기면 밀대를 넣어 말기에 적당합니다. 밀대는 쿠킹호일로 감싸서 준비해두는 것이 중요한데, 호일을 감싸지 않으면 나중에 빼낼 때 반죽이 들러붙어 단면이 지저분해집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과정을 생략하면 안쪽 층이 뜯어지면서 보기 안 좋았습니다.
일반 베이킹에서는 중력분(all-purpose flour)과 베이킹파우더(baking powder)를 함께 사용합니다. 중력분은 단백질 함량이 10~11% 정도로, 빵보다는 부드럽고 케이크보다는 쫄깃한 질감을 만들어줍니다. 베이킹파우더는 화학 팽창제로, 가열 시 이산화탄소를 방출해 반죽을 부풀려주는 역할을 합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반죽 농도가 층의 촘촘함을 결정한다
바움쿠헨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변수는 반죽의 농도입니다. 일반적인 레시피에서는 우유 95g을 넣으라고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우유를 110~120g 정도로 늘려서 사용합니다. 이렇게 하면 반죽을 얇게 펼치기가 더 좋아서 얇고 균일한 층을 만들 수 있더라구요.
실제로 비교해보니 차이가 확연했습니다. 우유를 95g만 넣었을 때는 주걱으로 반죽을 일일이 펴줘야 했고, 두께가 들쑥날쑥했습니다. 반면 우유를 넉넉히 넣으면 팬을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반죽이 고르게 퍼져서 층의 두께가 1~2mm로 일정하게 유지됐습니다. 나중에 잘랐을 때도 나이테가 훨씬 촘촘하고 예뻤습니다.
머랭을 만들 때는 달걀 흰자를 먼저 거품기로 치다가 설탕을 3회 정도 나눠 넣으면서 단단하게 세웁니다. 여기에 달걀 노른자, 바닐라 익스트랙, 꿀을 차례로 넣고 섞은 뒤, 체에 친 가루 재료를 넣습니다. 이때 중요한 점은 우유와 녹인 버터를 따로 섞어둔 뒤, 본 반죽을 조금 덜어내서 먼저 희석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기름과 수분이 반죽에 골고루 분산돼 분리 현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실제 굽는 과정은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 약불로 예열한 팬에 식용유를 얇게 바릅니다
- 반죽을 붓고 얇고 균일하게 펼쳐줍니다.
- 바닥이 어느정도 익으면 뒤집어서 윗면을 갈색이 되도록 구워줍니다
- 그 위에 밀대를 한쪽 끝에 대고 돌돌 말아줍니다
- 다시 반죽을 붓고 이전 층과 연결하여 같은 방식으로 반복합니다
이 과정에서 저의 팁은 첫 번째 층을 뒤집어서 양면을 모두 구운 뒤 말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바움쿠헨의 가장 안쪽 단면도 매끄럽게 익어서 잘랐을 때 훨씬 깔끔해 보입니다.
층 쌓기-색깔과 질감을 좌우하는 굽기 시간
바움쿠헨의 나이테가 선명하게 보이려면 각 층마다 충분히 갈색이 나도록 구워야 합니다. 저는 보통 한 층당 약 2~3분 정도 구우는데, 팬의 두께나 불의 세기에 따라 시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 좀 실패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처음엔 시간이 아까워서 바닥이 살짝 익자마자 바로 말았는데, 나중에 잘라보니 층이 거의 구분되지 않더군요. 색 대비가 약하면 그냥 평범한 스펀지 케이크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두 번째 시도부터는 인내심을 갖고 각 층이 충분히 갈색이 될 때까지 기다렸고, 그제야 제대로 된 나이테 무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꿀과 바닐라 익스트랙을 넣으면 풍미가 훨씬 풍부해집니다. 특히 꿀은 가열하면 카라멜화 반응(Maillard reaction)이 일어나면서 고소한 향이 납니다. 이 반응은 아미노산과 당이 고온에서 만나 갈색 색소와 향미 물질을 생성하는 화학 작용입니다. 덕분에 오븐에서 구운 것보다 오히려 표면이 바삭하고 풍미가 진했습니다.
국내 가정에서 오븐 보급률은 약 60% 정도지만, 프라이팬은 거의 모든 가정에 있습니다(출처: 통계청). 그래서 이 방법은 특별한 장비 없이도 전문점 수준의 바움쿠헨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입니다.
마지막으로 완전히 식힌 뒤 밀대를 빼내고 1.5~2cm 두께로 자르면 됩니다. 아가베 시럽이나 녹인 초콜릿을 곁들이면 더 맛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아무것도 묻히지 않고 그냥 먹는 게 바움쿠헨 본연의 맛을 즐기기에 좋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대형 오븐과 전용 장비로 만드는 바우쿠헨을 접했을 때, 집에서 할 엄두가 안 났었지만 막상 해보니 프라이팬 하나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었습니다. 반죽 농도만 잘 맞추고 인내심을 가지고 구우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습니다. 시간은 좀 걸리지만 달걀말이 만들듯 반복 작업이라 어렵지 않고, 완성했을 때의 뿌듯함은 상당합니다. 다음번엔 말차 가루나 코코아 파우더를 섞어서 색다른 맛으로도 도전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