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1개, 설탕 2g, 이스트 2g, 중력분 90g만 있으면 이 귀여운 하트 도넛이 완성됩니다. 처음 만들어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재료도 단출하고 과정도 단순한데, 속이 뻥 뚫린 하트 모양 도넛이 나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거든요.

반죽 발효가 도넛의 식감을 결정한다
홈베이킹에서 발효(醱酵)라는 단계를 어렵게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여기서 발효란 이스트균이 반죽 속 당분을 먹으면서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그 기포가 반죽을 부풀리는 과정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반죽이 '숨을 쉬게' 만드는 단계입니다. 이 과정을 건너뛰면 식감이 딱딱하고 퍽퍽한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에 절대 생략하면 안 됩니다.
만드는 순서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계란 1개에 설탕 2g, 이스트 2g을 먼저 잘 풀어준 다음 중력분 90g을 넣고 3분간 손으로 부드럽게 치댑니다. 반죽이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지면 랩을 씌워 따뜻한 곳에서 1시간 동안 1차 발효를 합니다. 반죽 부피가 두 배로 커지면 1차 발효 완료입니다.
발효가 끝난 반죽은 밀가루를 뿌린 도마 위에 올려 밀대로 얇게 펴줍니다. 여기서 하트 쿠키 커터로 모양을 찍어내는 게 이 레시피의 포인트입니다. 잘라낸 반죽은 서로 붙지 않도록 간격을 두고 배치한 뒤, 다시 랩을 씌워 10분간 2차 발효를 진행합니다.
이 2차 발효를 글루텐 이완(relaxation)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여기서 글루텐 이완이란 밀대로 눌려 수축된 반죽 조직이 다시 느슨해지면서 튀겼을 때 더 고르게 부풀 수 있도록 준비하는 단계를 말합니다.
이 단계를 지키느냐 마느냐에 따라 튀겼을 때 도넛이 통통하게 올라오는 정도가 달라집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2차 발효를 생략하니 표면이 갈라지고 모양이 뭉개지더라고요.
베이킹 관련 연구에서도 발효 시간이 최종 식감에 미치는 영향은 지속적으로 강조됩니다. 미국농무부(USDA)의 자료에 따르면 이스트 기반 반죽은 적절한 발효 환경(26~28도, 습도 75% 내외)에서 가장 안정적인 팽창률을 보인다고 합니다(출처: 미국농무부 USDA). 한국의 가정집 환경에서는 전자레인지 안에 따뜻한 물 한 컵을 넣어두고 그 안에 반죽을 넣어두는 방식이 온도와 습도를 동시에 잡는 데 효과적입니다.
핵심 발효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차 발효: 랩을 씌워 따뜻한 곳에서 1시간, 반죽이 두 배로 부풀 때까지
- 2차 발효: 모양을 잡은 후 10분, 글루텐 이완을 통해 튀김 시 고른 팽창 유도
- 발효 적정 온도: 26~28도 내외 (전자레인지+따뜻한 물 컵 활용 추천)
튀기기
반죽 준비가 끝났다면 이제 튀김 온도가 관건입니다. 식용유 온도를 약불과 중불 사이로 맞추는 게 이 레시피에서 제일 까다로운 부분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많은 분들이 센 불로 빨리 튀기면 시간이 절약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해보면 겉만 타고 속은 덜 익는 문제가 생깁니다.
튀김 온도를 전문 용어로 표현하면 발연점(smoke point)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발연점이란 기름이 가열될 때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온도로, 이 온도를 넘기면 기름이 산화되어 맛이 변하고 트랜스지방이 생성될 수 있습니다. 일반 식용유(대두유 기준)의 발연점은 약 230도 내외인데, 이 레시피의 적정 튀김 온도는 170~180도 수준입니다. 온도계가 없다면 반죽 조각을 조금 넣어봐서 3~4초 안에 천천히 떠오르면 적절한 온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튀길 때는 한 번에 너무 많이 넣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한쪽면이 갈색으로 튀겨지며 부풀어 오르면 뒤집기가 좀 힘들어 집니다. 뒤집어도 다시 되돌아 오기때문입니다. 너무 많이 넣어서 뒤집다 보면 오버쿡되는 녀석들이 생기기 쉽습니다.
또한 반죽을 많이 넣으면 기름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흡유량(吸油量)이 늘어납니다.
흡유량이란 튀김 과정에서 식품이 흡수하는 기름의 양을 말하는데, 흡유량이 높아지면 도넛이 기름지고 무거워집니다. 한국식품영양과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튀김 온도가 낮을수록 흡유량이 증가하고, 반죽 두께가 일정할수록 균일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출처: 한국식품영양과학회).
저도 처음엔 한꺼번에 다 넣어버렸다가 기름투성이 도넛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2~3개씩 나눠서 넣고 있습니다.
글레이즈
튀겨낸 도넛은 키친타월 위에 잠깐 올려 기름기를 뺀 다음, 글레이즈를 입힙니다.
글레이즈(glaze)는 설탕가루 110g과 물 30g을 고루 섞어 만드는데, 글레이즈란 설탕을 녹여 만든 반투명한 당의(糖衣) 코팅을 의미합니다.
완성 직후 바로 입히면 도넛의 잔열로 글레이즈가 너무 묽게 흘러내리므로, 도넛이 살짝 식은 후에 입히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직접 타이밍을 달리해봤는데, 1~2분 식힌 후에 입히니 글레이즈가 표면에 예쁘게 코팅되면서 굳었습니다.
한 가지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빵 반죽 자체에 설탕이 2g밖에 안 들어가다 보니 글레이즈 없이 도넛만 먹으면 맛이 다소 밍밍합니다. 밀가루를 넣을 때 소금을 살짝 더하면 맹맹한 느낌을 잡아줄 수 있습니다.
반죽 자체에 간이 없어서 글레이즈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취향에 따라 시나몬슈가를 입혀도 충분히 맛있고, 속이 뻥 뚫린 특이한 구조 덕분에 잼이나 초콜릿 스프레드를 안에 채워 넣는 방식으로 응용해도 근사합니다.
사실 이 레시피는 알제리 전통 방식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명절에는 더 두껍고 동그랗게 만들어 속재료를 채우는 형태로도 즐긴다고 하니, 기본 레시피를 익혀두면 다양하게 변형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 이 레시피를 따라 만들어봤을 때 재료 단순함에 비해 결과물의 완성도가 꽤 높아서 놀랐습니다.
특별한 도구 없이 쿠키 커터 하나로 모양을 낼 수 있고, 발효와 튀김 온도만 잘 지키면 실패 확률이 낮습니다.
처음 홈베이킹에 도전하는 분이라면 이 하트 도넛으로 시작해보시길 권합니다.
오늘 냉장고 안 계란 한 개로 충분히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