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틀을 꼬박 썼는데도 반죽이 손에 떡처럼 달라붙어서 중간에 포기할 뻔했습니다. 욕심을 부려서 양을 두 배로 늘린 게 화근이었죠. 그런데 그렇게 엉망이 되어가던 반죽이 오븐에서 나왔을 때, 구수한 냄새가 집 안을 가득 채우는 순간 모든 게 용서됐습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바게트, 생각보다 집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반죽과 폴딩, 어디서 막히셨나요
바게트 반죽의 핵심은 글루텐(gluten) 형성에 있습니다. 글루텐이란 밀가루 속 단백질이 물과 결합해 만들어지는 그물 구조로, 빵의 쫄깃한 식감과 가스를 붙잡아두는 힘을 결정합니다. 이 구조가 제대로 만들어져야 발효 중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지 않고 내부에 고르게 남아 바게트 특유의 기공이 생깁니다.
재료는 단순합니다.
T55 밀가루 225g, 물 170g, 이스트 2g, 소금 4g이 전부입니다. 여기서 T55란 프랑스식 밀가루 분류 기준으로, 회분(灰分) 함량이 0.55% 수준인 준강력분을 가리킵니다. 쉽게 말해 일반 중력분보다 단백질 함량이 조금 높아 바게트처럼 쫄깃한 식감이 필요한 빵에 적합한 밀가루입니다. 구하기 어려우시면 중력분으로 대체하셔도 됩니다.
제가 직접 해보니 물은 약간 차갑게 쓰는 게 좋았습니다. 미지근한 물을 쓰면 이스트가 너무 빨리 활성화되어 이후 폴딩 단계에서 반죽 온도를 조절하기가 까다로워집니다. 재료를 섞은 뒤 주걱으로 2분 정도 치댄 다음 랩을 씌워 냉장고에 30분 넣어두는 것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폴딩(folding)은 총 3회 진행합니다. 폴딩이란 반죽을 밀대로 미는 대신 네 면을 접어 올리는 방식으로, 글루텐 구조를 강화하면서도 기포를 살려두는 기법입니다. 각 폴딩 후에는 냉장에서 30분씩 쉬게 하고, 3차 폴딩 이후에는 27℃ 정도의 따뜻한 곳에서 1시간 30분 동안 1차 발효를 진행합니다. 제가 처음 만들 때 집 온도가 낮아서 발효가 잘 안 됐는데, 이 온도 관리가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걸 그때 깨달았습니다.
저온발효, 하룻밤을 어떻게 써야 할까요
1차 발효가 끝난 반죽은 냉장고에서 약 15시간 동안 저온발효(cold fermentation)를 거칩니다. 저온발효란 낮은 온도에서 이스트의 활동을 늦추는 대신 유산균과 초산균이 천천히 활동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입니다. 이 과정이 길어질수록 바게트 특유의 밀 풍미와 약간 새콤한 깊이감이 살아납니다.
빵의 풍미에 저온발효가 미치는 영향은 제빵 분야에서 이미 널리 연구된 사실입니다. 발효 시간이 길수록 유기산(organic acid) 생성량이 늘어나 빵의 복합적인 맛이 강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한국식품과학회지). 홈베이킹에서도 이 원리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저는 꽤 놀라웠습니다.
저는 폴딩을 한 번 생략하고 실온 발효 30분도 건너뛴 적이 있는데, 냉장 저온발효 후 바로 칼집 내고 구웠더니 오히려 더 맛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항상 레시피를 100% 따라야 한다는 강박보다는 본인 환경에 맞게 조금씩 조정해보는 게 홈베이킹의 재미인 것 같습니다.
성형할 때 손이 망설여지신다면
하룻밤 숙성된 반죽을 꺼낼 때가 사실 가장 긴장되는 순간입니다. 이 시점에서 반죽을 세게 누르거나 흔들면 내상(內相)이 망가집니다. 내상이란 빵을 잘랐을 때 단면에 보이는 기공 구조를 말하는데, 크고 불규칙한 구멍들이 고르게 분포할수록 잘 만든 바게트로 평가받습니다.
작업대에 밀가루를 충분히 뿌린 뒤 스크레이퍼로 가장자리를 조심스럽게 떼어내고, 반죽을 둘로 나눠 타원형으로 굴려줍니다. 이때 손에 밀가루를 묻혀 작업해야 달라붙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작업대에 밀가루가 부족하면 반죽이 순식간에 달라붙어서 기포가 다 빠져버립니다. 중간중간 밀가루를 아낌없이 뿌려주세요.
성형 이후에는 종이 위에 반죽을 올리고 30~40분 2차 발효를 진행합니다. 반죽을 손으로 살짝 눌렀을 때 절반 정도 되돌아오면 발효가 적당히 된 것입니다. 이후 냉장고에 30분 더 넣어두면 반죽 표면이 단단해져서 칼집을 낼 때 훨씬 깔끔하게 그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생략하면 칼이 반죽에 달라붙어 원하는 모양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굽기 직전까지 반죽을 손으로 건드리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밀가루를 골고루 뿌린 뒤에는 최대한 손댈 일을 줄여야 내상이 잘 살아납니다.
오븐 온도와 칼집, 이 두 가지가 전부입니다
칼집은 쿠프(coupe)라고도 부르는데, 쿠프란 빵 반죽 표면에 내는 절개선으로 오븐 팽창(oven spring) 시 빵이 터지는 방향을 유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오븐 스프링이란 오븐 안의 높은 열에서 이스트와 수분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빵이 부풀어 오르는 현상입니다. 쿠프를 제대로 내지 않으면 이 팽창이 엉뚱한 방향으로 터져 모양이 뭉개집니다.
칼집을 낼 때는 3~4mm 깊이로 사선 방향으로 한 번에 쭉 그어야 합니다. 제 경험상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자신이 없으시면 저처럼 밑그림을 먼저 살짝 그어두고 한 번에 확 그어주세요. 여러 번 나눠 긋거나 망설이면 반죽이 찢어집니다.
오븐은 240℃로 최소 40분 이상 예열해야 합니다. 가정용 오븐의 표시 온도와 실제 내부 온도 사이에는 오차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시면 좋습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저는 에어프라이어로 230℃에서 40분 구웠는데, 파는 것보다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븐 문을 여는 순간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반죽을 넣고 물을 20번 빠르게 분무한 다음 최대한 빨리 문을 닫는 게 좋습니다.
굽기 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오븐은 240℃, 최소 40분 이상 충분히 예열할 것
- 반죽을 넣은 직후 물을 20회 빠르게 분무하고 바로 문 닫기
- 10분 후 종이 제거, 230℃로 낮추고 10분 추가 굽기
- 굽기 직전까지 반죽에 손대지 않기
- 각자 오븐 특성에 맞게 온도와 시간 조정하기
이틀 동안 반죽과 씨름하면서 배운 게 있다면, 바게트는 생각보다 완벽하지 않아도 맛있다는 것입니다. 폴딩을 한 번 빠뜨리든, 발효가 조금 모자라든, 칼집이 삐뚤어지든 결국 오븐에서 꺼낸 빵은 구수하고 겉은 바삭했습니다. 아이가 두 개를 다 먹어치울 만큼요. 처음 도전하신다면 완벽한 레시피를 따르기보다 일단 한 번 구워보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본인 오븐과 집 환경을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레시피입니다.